아현재한의원
변비··13

물도 마시고 섬유질도 먹는데 왜 안 나올까

소파에 앉아 아랫배에 손을 올린 모습

안녕하세요. 목동에서 진료하는 한의원 대표원장입니다.

변비는 배변 횟수가 적거나, 변이 딱딱하거나, 배변할 때 힘이 많이 들거나, 보고 나서도 남은 느낌이 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변비예요"라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같은 딱딱한 변인데도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반대인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갈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과 섬유질을 늘렸는데도 그대로였던 분들에게 특히 해당됩니다.


먼저 3줄 요약

  • 딱딱한 변은 말라서 안 나오는 쪽밀어낼 힘이 부족한 쪽으로 나뉩니다
  • 물·섬유질은 앞쪽에는 듣지만 뒤쪽에는 잘 안 듣고, 때로는 더 불편해집니다
  • 변의 모양만큼 중요한 것이 힘든 정도·개운함·걸리는 시간 세 가지입니다

⚠️ 먼저, 이런 경우는 검사가 우선입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이 글의 내용보다 검사가 먼저입니다.

  • 혈변 또는 검은 변
  • 변이 갑자기 가늘어졌을 때 (연필 굵기로 계속 나오는 경우)
  •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줄었을 때
  • 밤에 잠에서 깰 정도의 복통
  • 최근 몇 주 사이에 배변 습관이 뚜렷하게 바뀌었을 때
  • 50세 이후에 처음 생긴 변비
  •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서 증상이 새로 생긴 경우
  • 빈혈을 동반할 때

특히 배변 습관이 바뀐 것은 모양보다 중요한 신호입니다. 원래 그랬던 것과 최근에 그렇게 된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참고로 국가암검진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이 1년 주기로 분변잠혈검사를 받고, 여기서 이상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으로 넘어갑니다. 다만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에 따라 앞으로는 45~74세 대상 대장내시경 중심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지금 40대 후반이시라면 몇 년 뒤 기준이 달라져 있을 수 있습니다.


내 변은 어느 쪽일까

먼저 지도부터 그리겠습니다. 배변 상태를 이야기할 때 쓰는 표준 척도가 있습니다.

모양
1형딱딱한 알갱이가 따로따로통과가 가장 느림
2형소시지 모양인데 울퉁불퉁느림
3형소시지 모양에 표면 균열정상 범위
4형매끈한 소시지 또는 뱀 모양기준점
5형가장자리가 뚜렷한 부드러운 덩어리정상 범위 경계
6형가장자리가 헐어진 죽 모양빠름
7형형태 없이 물 같음가장 빠름

오늘 다루는 것은 1형과 2형입니다. 6·7형은 접근이 완전히 달라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브리스톨 척도 1형과 2형의 모양을 정리한 그림

그런데 4형만 정답은 아닙니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를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표를 보시면 4형이 한가운데 있으니 "4형이 아니면 이상"으로 읽으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상 범위는 사람마다, 그리고 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상대적으로 약간 무른 쪽, 여성은 약간 된 쪽이 정상 범위에 가깝습니다. 여성의 대장 통과 시간이 평균적으로 조금 더 긴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분이 3형 정도로 꾸준히 보고 계시고, 힘들지 않고, 보고 나서 개운하다면 — 그건 변비가 아닙니다. 숫자를 4에 맞추려고 애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형이 아니라 불편함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본론입니다

1·2형이 나오시는 분들께 보통 이렇게 권합니다.

물을 많이 드세요. 섬유질을 늘리세요.

이미 다 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이걸로 좋아지고, 어떤 분들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배가 더 불편해집니다.

물 한 잔과 통곡물 식사가 놓인 식탁

같은 1형인데 왜 결과가 갈릴까요.

딱딱한 변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수분이 부족한 경우와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그림

A. 말라서 안 나오는 쪽

변이 대장에 머무는 동안 수분이 과하게 흡수돼서 굳어버린 경우입니다. 재료 자체가 마른 상태죠.

이쪽은 수분과 섬유질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마른 것에 물기를 더해주는 방향이 맞으니까요.

B. 밀어낼 힘이 부족한 쪽

변은 만들어졌는데 내보내는 동작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입니다.

이쪽에 섬유질을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어라. 밀어낼 것만 늘어납니다.

밀 힘이 부족한데 부피를 키우면 배가 더 부르고, 가스가 차고, 오히려 불편해집니다. 실제로 "식이섬유 먹고 배만 빵빵해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여기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쪽인지 어떻게 아나요

진료실에서 여쭤보는 것들입니다.

  • 마른 편이고 근육량이 적은 체형이다
  • ☐ 화장실에서 힘 자체가 잘 안 들어간다 (힘줘도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줄 힘이 없는 느낌)
  • 보고 나면 오히려 지친다 (개운한 게 아니라 기운이 빠짐)
  • 손발이 찬 편이다
  • ☐ 조금만 활동해도 쉽게 피곤하다

3개 이상이면 B쪽 가능성을 같이 봅니다.

A쪽은 반대입니다. 몸에 열감이 있고, 물을 자주 찾고, 입이 마르고, 소변 색이 진한 편입니다.

두 쪽은 접근이 반대입니다. 그래서 "변비에 좋다"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는데 안 듣는 일이 생깁니다. 방법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쪽 방법이었던 겁니다.


모양 다음에 보실 세 가지

변의 모양은 하루하루 달라집니다. 그래서 모양 하나만 보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모양보다 안정적인 지표가 세 개 있습니다.

힘든 정도·개운함·걸리는 시간 세 가지를 정리한 그림

1. 힘든 정도 며칠에 한 번인지보다 볼 때 힘이 드는지가 중요합니다. 매일 봐도 매번 힘들면 그건 편한 상태가 아닙니다.

2. 보고 나서 개운한지 다 나온 느낌인지, 남은 느낌인지. 남은 느낌이 계속되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3. 걸리는 시간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5분을 넘기는지 보세요. 휴대폰을 보느라 길어지는 것과, 안 나와서 길어지는 것은 다릅니다.

이 셋이 다 괜찮으면 모양이 3형이든 4형이든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2주만 적어보세요

네 칸이면 충분합니다.

공책에 간단한 배변 기록을 적는 손

날짜형(1~7)힘듦(1~5)개운함(1~5)

항목을 더 늘리지 마세요. 늘리는 순간 기록이 아니라 채점이 되고, 그러면 오래 못 합니다.

2주가 쌓이면 본인 패턴이 보입니다. 그게 어떤 검사보다 정확한 자료입니다.


한의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한의학에서도 변비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습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눕니다.

  • 말라서 안 나오는 쪽 — 장이 건조해진 상태로 봅니다. 몸에 열감이 있고 입이 마른 경우가 많습니다
  • 밀 힘이 없는 쪽 — 기운이 부족해서 내보내는 동작이 약해진 상태로 봅니다. 마르고 기운이 없는 분들에게 흔합니다

앞에서 나눈 A·B와 겹치는 구분입니다. 400년 전 분류와 요즘의 통과 시간·수분 흡수 이야기가 다른 언어로 같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는 셈입니다.

관련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변비 쪽은 한약 연구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위약 대조 시험 (2011) 로마 기준을 충족하는 기능성 변비 환자 120명을 두 군으로 나눠 진행한 이중맹검 위약대조 시험입니다. 반응률은 치료 기간 동안 43.3% 대 8.3%로 위약보다 높았고, 완전자발배변 횟수 증가와 배변 시 힘주기 감소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복약을 중단한 추적 기간에는 30.0% 대 15.0%로 격차가 줄었습니다.

2. 실제 하제와 직접 비교 (2019) 홍콩 8개 클리닉에서 환자 291명을 마자인환·센나·위약 세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8주 치료하고 8주 더 추적한 시험입니다.

치료 종료 시점 완전반응은 마자인환 68%, 센나 57.7%, 위약 33.0%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많이 생깁니다. 숫자만 보면 68% > 57.7%라 센나보다 나아 보이지만, 논문의 결론은 "센나보다 더 효과적이지는 않았고, 대안이 될 수 있다"입니다. 이걸 "하제보다 우수"로 소개하는 글이 적지 않은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장 통과 시간과 증상 중증도(힘주기, 잔변감, 전반적 불편함)에서는 위약·센나 둘 다보다 나은 결과가 나왔고, 복약을 중단한 16주 시점에서는 47.4% 대 20.6% 대 17.5%로 효과가 더 오래 유지됐습니다.

한계도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 두 연구 모두 홍콩 코호트입니다
  • 그리고 중요한 점 — 2011년 연구는 결론에 대상을 명시해두었습니다. 특정 유형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었다는 것이지, 모든 변비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 마자인환 하나의 결과이지, 한약 전반의 결과가 아닙니다
  • 약을 그만두면 효과도 줄어듭니다. 먹는 동안만 해결되는 것이라면 근본 조건은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앞서 A와 B를 나눈 이유가 여기서도 나옵니다. 어느 쪽인지를 먼저 가려야 하는 것은 연구 설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들

1. 변비약을 얼마나 오래 쓰셨는가 자극성 하제를 장기간 쓰시면 그 자체가 상황을 바꿔놓습니다. 먼저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2. 복용 중인 다른 약이 있는가 철분제, 일부 진통제, 항우울제, 혈압약 중 일부는 변비를 만듭니다. 약을 바꾼 시점과 변비가 시작된 시점이 겹치는지 봅니다.

3. 갑상선 기능을 확인해보셨는가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변비로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반 건강검진에 잘 안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4. 언제부터인가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과 최근 몇 달 사이에 생긴 것은 다르게 봅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물을 하루 2리터씩 마시라는데 맞나요? 탈수 상태가 아니라면 물만 늘려서 변이 물러지지는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드시고 계신데도 그대로라면, 수분이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유산균은 도움이 되나요? 균주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가 큽니다. 드셔보고 배가 더 부르면 중단하고 상의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 변비약을 매일 먹어도 되나요? 약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자극성 하제를 오래 쓰고 계시다면 처방한 곳에서 한 번 점검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임의로 갑자기 끊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Q. 며칠에 한 번이면 변비인가요? 횟수만으로는 정하지 않습니다. 주 3회 미만을 기준으로 삼기도 하지만, 이틀에 한 번이어도 힘들고 개운하지 않으면 살펴볼 대상입니다. 반대로 사흘에 한 번이어도 편하게 보고 개운하면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Q. 섬유질을 늘렸더니 배가 더 불러요. 드물지 않습니다. 밀어내는 힘이 부족한 쪽이거나 다른 이유일 수 있습니다. 늘리기 전 상태로 돌려보시고, 그때 편해지는지 확인해보세요.

Q.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 복용 중인 약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알려주셔야 합니다. 한약도 약입니다. 특히 임신·수유 중이거나, 간·신장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항응고제·갑상선 약을 드시는 경우 상호작용 검토가 필요합니다.


마무리

딱딱한 변이라고 다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 말라서 안 나오는 쪽 — 물과 섬유질이 방향에 맞습니다
  • 밀어낼 힘이 부족한 쪽 — 같은 방법이 오히려 배를 더 부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양보다 힘든 정도·개운함·걸리는 시간 세 가지를 보세요. 이게 더 안정적인 지표입니다.

"좋다는 건 다 해봤는데 왜 나만 안 될까" 하셨다면, 방법이 틀렸다기보다 다른 쪽 방법이었을 가능성을 한 번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은 방향을 잡는 용도이지 진단이 아닙니다. 위에 적은 신호가 있다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고문헌

  1. Lewis SJ, Heaton KW. Stool form scale as a useful guide to intestinal transit time. Scand J Gastroenterol. 1997;32(9):920-924

  2. Cheng CW, Bian ZX, Zhu LX, Wu JCY, Sung JJY. Efficacy of a Chinese herbal proprietary medicine (Hemp Seed Pill) for functional constipation. Am J Gastroenterol. 2011;106(1):120-129. doi:10.1038/ajg.2010.305 (PMID 21045817)

  3. Zhong LLD, Cheng CW, Kun W, et al. Efficacy of MaZiRenWan, a Chinese Herbal Medicine, in Patients With Functional Constipation i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lin Gastroenterol Hepatol. 2019;17(7):1303-1310. doi:10.1016/j.cgh.2018.04.005 (PMID 29654915)

  4. Degen LP, Phillips SF. Variability of gastrointestinal transit in healthy women and men. Gut. 1996;39(2):299-305


ps.

  1. 이 글은 어떠한 제조사·의료기관의 지원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No conflict of interest)
  2.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특정 개인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 권유가 아닙니다.
  3. 위에 적은 신호가 있다면 자가 판단하지 마시고 의료기관에서 확인받으시기 바랍니다.
  4. 한약도 약리 작용이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반드시 알려주세요.

#변비 #기능성변비 #브리스톨차트 #대변모양 #배변습관 #장건강 #식이섬유

자주 묻는 질문

물을 하루 2리터씩 마시라는데 맞나요?

탈수 상태가 아니라면 물만 늘려서 변이 물러지지는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드시고 계신데도 그대로라면 수분이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산균은 변비에 도움이 되나요?

균주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가 큽니다. 드셔보고 배가 더 부르면 중단하고 상의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변비약을 매일 먹어도 되나요?

약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자극성 하제를 오래 쓰고 계시다면 처방한 곳에서 한 번 점검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임의로 갑자기 끊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며칠에 한 번이면 변비인가요?

횟수만으로는 정하지 않습니다. 주 3회 미만을 기준으로 삼기도 하지만, 이틀에 한 번이어도 힘들고 개운하지 않으면 살펴볼 대상입니다. 반대로 사흘에 한 번이어도 편하게 보고 개운하면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섬유질을 늘렸더니 배가 더 불러요.

드물지 않습니다. 밀어내는 힘이 부족한 쪽이거나 다른 이유일 수 있습니다. 늘리기 전 상태로 돌려보시고 그때 편해지는지 확인해보세요.

변비에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

복용 중인 약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알려주셔야 합니다. 한약도 약입니다. 특히 임신·수유 중이거나 간·신장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항응고제·갑상선 약을 드시는 경우 상호작용 검토가 필요합니다.

주지영 · 한의사 · 아현재한의원 대표원장

한의학은 몸을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봅니다. 저는 그 시선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회복하는 몸의 바탕을 함께 살피는 진료를 해왔습니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에서 음식과 건강의 연결을 공부하며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여성 건강을 중심으로 임상을 쌓아 왔고, 어려운 한의학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낫는다고 장담하기보다, 끝까지 함께 살피겠다는 마음으로 진료합니다.

대한한방소아과학회 정회원 · 대한한의학회 정회원 · 대한한방부인과학회 정회원 · 대한여한의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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