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동에서 진료하는 한의원 대표원장입니다.
두통은 머리에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지만, 통증이 느껴지는 자리와 원인이 있는 자리가 늘 같지는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두통으로 오신 분께 제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얼마나 아프냐"가 아니라 "어디가 아프냐"입니다. 자리에 따라 짚어봐야 할 곳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자리"에 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가장 오해받는 이마 두통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3줄 요약
- 두통은 아픈 자리에 따라 뒤통수(목) · 옆머리(긴장) · 이마(소화)로 방향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
- 부위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쭉 아픈가, 왔다 갔다 하는가"입니다
- 이마가 아플 때 명치를 눌러보는 것은 400년 전 문헌에도, 최근 데이터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 다만 동반 관계이지 인과는 아닙니다
⚠️ 이 글이 해당되지 않는 경우
먼저 이것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아래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이 글을 읽지 마시고 병원부터 가셔야 합니다.
- 벼락 맞은 듯 갑자기 심하게 아플 때 (수 초~수 분 내 최고조)
- 살면서 처음 겪는 양상의 두통
- 구토, 마비, 시야 이상, 발열이 같이 올 때
- 50세 이후에 처음 시작된 두통
- 점점 심해지거나, 자세를 바꿀 때 확 달라질 때
- 목이 뻣뻣하면서 열이 날 때
- 암, 면역저하 병력이 있으면서 새로 생긴 두통
옛 의서에도 이런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眞頭痛者, 頭痛甚, 腦盡痛, 手足寒至節, 死不治」 — 진두통은 머리가 몹시 아프고 뇌 전체가 아프며 손발이 마디까지 차가워지는데, 치료하지 못한다.
400년 전에도 급한 것은 급한 것이었습니다. 여기 해당하는 두통은 자가 판단의 영역이 아닙니다.
머리 어디가 아프신가요
두통을 부위로 나누는 이야기는 검색하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부위만 설명하고 끝내면 이 글도 값이 없습니다. 부위는 입구일 뿐이고,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그 다음입니다.
일단 지도부터 그려보겠습니다.
뒤통수 · 뒷목 목에서 올라오는 두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뒷목을 잡아당기는 느낌, 찬바람 쐬면 더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영추』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足太陽之脉… 其病衝頭痛, 目似脫, 項似拔」 — 족태양경의 병은 머리로 치받는 두통에, 눈이 빠질 것 같고, 목덜미가 뽑히는 것 같다.
목덜미가 뽑히는 것 같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뒷목 두통을 겪어보신 분은 이 문장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옆머리 · 관자놀이 스트레스, 긴장과 관련 있는 자리입니다. 이 악물고 주무시는 분들이 여기가 많이 아프십니다.
「足少陽之脉… 其病頭角額痛, 此偏頭痛也」 — 족소양경의 병은 머리 모서리가 아픈 것이니, 이것이 편두통이다.
이마 · 눈 주위 · 눈썹뼈 소화와 얽혀 있는 자리입니다. 오늘 글은 여기 이야기입니다.
한의학에서 이마를 지나가는 경맥은 양명경이고, 양명은 위(胃)·대장과 연결됩니다. 『동의보감』에는 부위마다 쓰는 약이 다르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川芎, 治厥陰頭痛在腦 / 白芷, 治陽明頭痛在額」 — 천궁은 뒤통수 두통에 쓰고, 백지는 이마 두통에 쓴다.
부위가 다르면 약이 다르다는 것은, 부위가 다르면 원인이 다르다고 봤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부위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두통 자료는 대부분 부위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는 부위보다 먼저 확인하는 축이 하나 있습니다.
쭉 아픈가, 아니면 아팠다 괜찮았다 하는가.
이 질문 하나가 방향을 크게 가릅니다.
쭉 아프다 —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 감기, 찬바람, 자세 같은 바깥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왔다 갔다 한다 — 아팠다 괜찮았다를 반복합니다 → 몸 안쪽 컨디션을 따라 움직이는 두통입니다
『동의보감』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外感頭痛, 常常有之 / 內傷頭痛, 有時而作, 有時而止」 — 바깥에서 온 두통은 늘 아프고, 안에서 생긴 두통은 있다가 없다가 한다.
어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요즘 두통 자료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아팠다 괜찮았다를 반복하신다면, 진통제를 찾기 전에 그 사이에 무엇을 드셨는지 한 번 돌아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몸 안쪽 컨디션을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니까요.
이마형 자가체크
머리가 아플 때 아래 증상이 같이 오는지 보시면 됩니다.
- ☐ 얼굴빛이 누렇게 뜬다 (주변에서 "안색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 ☐ 어지럽다
- ☐ 눈을 뜨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
- ☐ 말하기도 귀찮다
- ☐ 몸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 ☐ 속이 울렁거린다
3개 이상이면 소화 쪽을 한 번 살펴볼 만합니다.
이 항목들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동의보감』 「痰厥頭痛(담궐두통)」 조문에 적힌 증상을 일반인 언어로 옮긴 것입니다.
「兩頰靑黃, 眩運, 目不欲開, 懶於言語, 身體沈重, 兀兀欲吐」 — 양 볼이 푸르누렇고, 어지럽고, 눈을 뜨려 하지 않고, 말하기를 귀찮아하고, 몸이 무겁고, 울렁거리며 토할 것 같다.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임의로 만든 체크리스트가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다만 이건 진단이 아니라 방향 잡기입니다. 3개 이상이라고 해서 소화 문제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 아픈데 왜 배를 눌러요?"
이마가 아프다고 하시면 저는 명치 아래를 눌러봅니다.
거의 딱딱하고, 누르면 아프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대부분 놀라십니다. 머리 이야기를 하러 오셨는데 갑자기 배를 누르니까요.
이것도 근거가 있는 동작입니다.
「心煩頭痛者, 病在膈中, 乃濕熱頭痛也」 — 가슴이 답답하면서 머리가 아픈 경우, 병이 있는 곳은 명치 근처다.
아픈 곳과 원인이 있는 곳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에서도 해보실 수 있습니다. 명치 아래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보세요. 딱딱하거나, 누르면 아프거나, 꾸룩 소리가 나면 한 번 살펴볼 신호입니다.
(세게 누르지는 마세요. 지그시 눌러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두통 처방 안에 소화약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가 이 글의 클라이맥스입니다.
한의학에서 두통에 오래 써온 대표 처방 중에 반하백출천마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이 처방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治脾胃虛弱, 痰厥頭痛」 — 소화 기능이 약해져서 생긴 두통을 치료한다.
증상 묘사도 같이 적혀 있는데, 표현이 생생합니다.
「頭苦痛如裂, 身重如山, 嘔吐, 眩暈, 目不敢開, 如在風雲中」 —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고, 몸은 산처럼 무겁고, 토할 것 같고, 어지럽고, 눈을 못 뜨겠고, 구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편두통을 겪어보신 분들이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고 표현하시는 것과 겹칩니다.
그런데 이 처방의 구성 약재를 보면 신곡(神麴)과 맥아(大麥糵)가 들어갑니다. 둘 다 소화를 돕는 약재입니다.
왜 넣었는지도 책에 적혀 있습니다.
「神麴消食, 蕩胃中滯氣 / 大麥糵寬中, 助胃氣」 — 신곡은 음식을 삭히고 위에 정체된 것을 씻어낸다, 맥아는 속을 편하게 하고 위의 힘을 돕는다.
두통 처방인데 왜 소화약을 넣었는지를 저자가 직접 써놓은 것입니다.
이 대목이 제게는 중요합니다. 제가 이마 두통 환자의 명치를 눌러보는 것이 개인적인 습관이 아니라, 400년 전부터 같은 논리로 처방이 짜여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짚자면, 이건 "이 처방이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헌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는 것이고, 한약의 두통 치료 효과는 별도로 검증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요즘 데이터로는 어떨까
400년 전 이야기만 하면 신뢰가 안 가시겠죠. 최근 자료도 보겠습니다.
다만 숫자를 크게 쓰는 대신 정확하게 읽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한계를 같이 적겠습니다.
1. 국내 건강보험 78만 명 분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본자료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최종 781,115명을 대상으로,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편두통이 약 3.5배 많았습니다. (보정 오즈비 3.46, 95% 신뢰구간 3.30–3.63)
대상자 중 30만 명 넘는(39.2%) 사람이 위장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었고, 위식도질환이 21.1%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계: 이건 한 시점의 청구자료를 본 단면 연구입니다. "함께 많았다"까지만 말할 수 있고, 위장질환이 편두통을 일으킨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단 코드 기반이라 실제 증상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2. 국내 두통클리닉 편두통 환자 109명
의정부성모병원 두통클리닉에서 편두통 환자 109명을 조사했습니다. 그중 77명(70.6%)이 기능성 위장장애 진단기준을 하나 이상 충족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이 40.4%로 가장 많았고, 44명(40.3%)은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한계: 이 연구에는 대조군이 없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71%라는 숫자만 보면 "일반인보다 훨씬 높구나" 싶지만, 일반 인구에서도 로마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비교가 없으니 "몇 배 많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두통으로 병원에 온 사람 10명 중 7명이 소화기 증상을 함께 갖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진료에서 그것을 물어볼 이유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3.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
편두통 환자는 두통이 없는 평상시에도 위 배출이 느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편두통군의 위 배출 반감기가 188.8분, 대조군이 111.8분이었습니다.
한계: 각 군 10명씩, 총 20명 연구입니다. 그리고 반대 결과를 보고한 연구도 있습니다. 숫자를 단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그럴 가능성을 시사하는 작은 연구가 있다" 정도가 정확합니다.
정리하면
세 연구를 모아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두통과 소화기 증상은 자주 같이 나타난다. 그런데 두통 진료에서 소화기 증상은 그동안 덜 물어보고 덜 찾아낸 영역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과관계는 아직 모릅니다. 위 세 연구 중 어느 것도 인과를 증명하지 않습니다.
※ 위 수치는 모두 편두통 기준입니다. 긴장형 두통 등 다른 두통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 것 하나
여기까지 읽으시면 "한의학에서 이마는 위장이구나"로 정리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정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동의보감』 안에는 이마를 심(心)에 배속하는 조문도 따로 있습니다. 「額爲心之部」 — 이마는 심의 부위다. 얼굴색으로 진단하는 체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경락이 지나가는 자리를 보는 것과, 얼굴색으로 장부를 배속하는 것은 층위가 다른 체계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저는 "이마는 위장이다"라고 쓰지 않고 "위와 연결된 경맥이 지나가는 자리"라고만 썼습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고전 문헌이 하나의 답만 갖고 있는 것처럼 소개하는 글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책 안에서도 관점이 여러 개입니다. 그걸 감추고 하나만 보여주면 설명은 깔끔해지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잠과 목, 이것도 진짜입니다
이마 이야기를 오래 했지만, 나머지 둘도 중요합니다.
잠
수면 부족은 통증을 느끼는 기준선을 낮춥니다. 두통 유발 요인을 묻는 조사에서 수면 문제는 상위에 꾸준히 올라옵니다.
중요한 건 '많이 자기'가 아니라 '일정하게'입니다. 너무 적게 자도, 너무 많이 자도,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해도 두통이 옵니다. 주말 늦잠 두통이 여기 해당합니다.
평일에 못 잔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면 오히려 두통이 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목
뒤통수가 아프시면 유력합니다.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계시니까요.
목 두통은 자세와 관련이 깊어서, 약보다 먼저 책상 높이와 모니터 위치를 보셔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들
두통으로 오시는 분들을 뵈면서 반복해서 마주치는 갈림길이 몇 개 있습니다. 진단이 아니라 감별해서 봐야 하는 지점이라는 뜻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 진통제를 얼마나 자주 드시는가 이게 첫 번째입니다. 진통제를 한 달에 10~15일 이상 드시면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인을 찾기 전에 약 복용 패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소화든 목이든 그 다음 문제입니다.
2. 두통과 소화 증상 중 어느 것이 먼저 왔는가 같이 있다고 해서 한쪽이 원인은 아닙니다. 순서를 여쭤보면 방향이 조금 잡힙니다.
3.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와 관련이 있는가 주기와 맞물려 온다면 접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마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더라도 여기가 먼저입니다.
4. 커피·술·식사 거르기 같은 유발 요인이 있는가 카페인은 끊을 때도 두통이 옵니다. 아침을 거르는 습관도 흔한 유발 요인입니다.
5. 목과 소화가 같이 있는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 원인이 하나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하나만 다루면 절반만 좋아집니다.
마무리
- 뒤통수가 아프면 → 목과 자세
- 옆머리가 아프면 → 긴장과 스트레스
- 이마·눈 주위가 아프면 → 명치 한 번 눌러보세요
그리고 부위보다 먼저, 아팠다 괜찮았다를 반복하는지를 보세요. 그렇다면 그 사이에 무엇을 드셨는지 돌아보실 만합니다.
두통이 오래됐다면 원인은 하나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도 있고 소화도 있고 잠도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나만 고쳐서는 절반만 좋아집니다.
여기 있는 내용은 방향을 잡는 용도이지 진단이 아닙니다. 오래된 두통이라면 신경과에서 위험한 원인을 먼저 배제하시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저는 두통이라는 증상을 소화기 쪽에서도 한 번 살펴보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게 모든 두통의 답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라면, 한 번쯤 물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에서 적은 응급 신호가 있으면 이 글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바로 진료받으세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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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樞』 經脈篇 · 厥病篇.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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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梴. 『醫學入門』 外集卷三. 中醫笈成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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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특정 개인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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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도 약리 작용이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반드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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